해외 자료를 빠르게 훑어야 할 때 AI 번역만큼 손이 가벼운 도구가 없다. 그런데 그대로 보고서에 붙였다가 곤란했던 적이 있다. 매끄럽게 읽혀서 오히려 틀린 부분을 놓쳤다.
매끄러움과 정확함은 다른 문제다
기계 번역은 문장을 자연스럽게 만드는 데 능하다. 문제는 그 자연스러움이 정확함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. 특히 부정문, 조건절, 숫자와 단위가 섞인 문장에서 의미가 뒤집히는 일을 종종 봤다. "권고하지 않는다"가 "권고한다"로 바뀌어도 문장은 멀쩡히 읽힌다.
요약은 무엇이 빠졌는지가 핵심이다
긴 문서를 요약시키면 핵심은 잘 잡는다. 대신 단서, 예외, 전제 조건처럼 "작지만 중요한 것"이 통째로 사라지곤 한다. 정책 문서에서는 그 단서 한 줄이 결론을 바꾸기도 한다. 그래서 요약본을 받으면 원문에서 "다만", "단", "경우에 한해" 같은 표현을 따로 확인한다.
손볼 지점을 정해 두면 빠르다
나는 번역·요약 결과를 검토할 때 세 군데를 먼저 본다. 숫자와 날짜, 고유명사, 그리고 문장의 긍정·부정이다. 이 세 가지만 원문과 맞춰 봐도 큰 사고는 거의 막힌다.
번역기는 외국어의 벽을 낮춰 주지만, 그 너머의 책임까지 낮춰 주지는 않는다. 빠르게 읽고 방향을 잡는 데 쓰되, 외부에 나갈 문장은 결국 사람이 한 번 더 읽어야 한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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